- 『수레바퀴 아래서 / 헤르만 헤세』
- 운영자 2020.2.15 조회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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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 ‘데미안’을 만나고 누구나 한번쯤 ‘데미안’이 된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수많은 사람에게 읽힌 책 ‘데미안’의 저자인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이 바로 ‘수레바퀴 아래서’입니다. 그는 1877년 독일 남부 뷔르템베르크의 칼프에서 목사였던 아버지 요하네스와, 인도에서 태어난 어머니 마리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1892년 수도원 학교를 입학했으나 시인을 꿈꾸었던 헤세는 엄한 규율로 속박하려는 기숙사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그곳을 탈주합니다. 정신적 어려움으로 한때는 자살을 시도할 정도였습니다. 이때의 경험이 소설 『수레바퀴 밑에서』의 바탕이 됩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한스’입니다. 한스는 마을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 재능과 지성으로 충만한 아이입니다. 그 소년은 신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좋아하는 낚시나 수영, 친구들과의 놀이도 멀리하고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한 결과 뛰어난 성적으로 수도원 신학교에 입학합니다. 입학 초기 한스는 공부에 매진하지만 동급생의 죽음을 경험하고 자유로운 시인의 영혼을 가진 헤르만 하일너와 가까워지면서 점점 공부에서 멀어집니다. 천재와 몽상가로 닮은 점이 없어 보였지만 그들은 함께 삶을 나누는 사이가 됩니다. 그러나 신학교의 획일화된 교육에 반항하던 하일너는 견디다 못해 학교를 뛰쳐나가고, 외로이 남겨진 한스는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다 신경 쇠약에 걸려 학교를 떠납니다. 학교를 그만둔 후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한번 망가진 몸과 마음은 쉽게 회복되지 못하고 결국 차가운 물속에서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합니다. 천재성을 지닌 한스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지나친 기대가 거대한 수레바퀴가 되어 한 소년의 삶을 무너뜨립니다.
소설이 출간된 해가 1906년입니다. 규율과 전통, 억압과 속박이 일상화된 시절이었기에 한스의 고통이 이해됩니다. 그런데 소설이 출간된 지 114년이 지난 2020년은 과연 어떨까요. 달라진 게 있을까요. 여전히 사람들은 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내가 받는 억압에 대해서는 억울해하고 거칠게 반항하면서도 뒤돌아서자마자 다른 사람을 똑같이 억압한다는 것입니다. 억울한데 억울한 사람을 만드는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본질이 너무나 무섭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말씀하십니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그리고 내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면 너희가 참으로 자유로우리라’ 예수 제대로 믿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자유롭게 합니다. 신앙이라는 수레바퀴로 누군가를 억압한다면 아직 예수를 만나지 못한 것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서로 수레바퀴가 되어 억압하고, 공격하고, 싸움을 일삼았던 고린도교회를 향해 ‘주의 영이 계신 곳에는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책망한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 혹 누군가를 억압하는 수레바퀴입니까?
기억하고 싶은 문장
“아마 그 동정심 많은 복습 교사를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야윈 소년의 얼굴에 비치는 당혹스러운 미소 뒤로 꺼져가는 한 영혼이 수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불안과 절망에 싸인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학교와 아버지, 그리고 몇몇 선생들의 야비스러운 명예심이 연약한 어린 생명을 이처럼 무참하게 짓밟고 말았다는 사실을 생각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왜 그에게서 토끼를 빼앗아버리고, 라틴어 학교에서 같이 공부하던 동료들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는가? 왜 낚시하러 가거나 시내를 거닐어보는 것조차 금지했는가? 이제 지칠 대로 지친 나머지 길가에 쓰러진 이 망아지는 아무 쓸모도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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