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찌 글라』
- 운영자 2025.4.5 조회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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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헌법재판소가 길고 길었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그 결과에 대해 한쪽은 환호했고, 다른 한쪽은 절규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갈등은 끝난 걸까요?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지금부터 또다시 큰 싸움이 시작되겠죠. 상대방을 미워하고 증오하면서, 우리가 절대 선이라고 우기는 극렬 세력들이 판을 치겠죠. 각종 유언비어, 각종 가짜 뉴스 생산자들인 사이비 유튜버들이 자극적 제목으로 동영상을 퍼트리며 주머니를 두둑이 채우겠죠.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60일 동안 또 광장에 모여 끔찍한 구호를 외치며 국민을 좌우로 갈라치겠죠. 세상이 참 흉흉(분위기가 술렁술렁하여 매우 어수선하다)합니다.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대립, 갈등, 반목, 불화, 대결의 거친 물결에 휩쓸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간사한 혀로는 협력, 협치를 말하면서도 죽기 살기로 새로운 정부를 공격하며 발목잡기에 열중하겠죠. 이번 대선에 나서는 대통령 후보들마다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하겠죠. 하지만 정치인들은 서민이 아닙니다. 서민의 삶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서민 코스프레 하는 정도죠. 정치적 대결로 나라 경제가 망가져도 정치인들의 삶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들은 먹고사는 문제로 고민할 필요가 없는 특수 종족입니다. 충분히 먹고 살 만한 사람들만이 정치에 뛰어들 수 있으니까요. ‘폭싹 속았수다’의 주인공 애순과 관식같이 먹고 사는 것만도 힘에 겨운 서민들은 꿈도 꾸지 못하는 게 정치입니다. 그러니 열심히 싸워서 극렬 지지자들에게 박수받고, 속한 당 대표에게 인정받아서 공천권 손에 쥐는 게 가장 중요한 정치 목표가 되는 거죠. 그렇게 그들이 싸우는 동안 나라는 힘을 잃고, 국민의 한숨 소리는 더 커져만 가겠죠.
요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인기입니다. 저도 그 드라마를 보는 중입니다. 애순이와 관식이가 고단한 삶을 이겨내는 모습이 애처롭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살아가는 과정, 과정마다 돕는 손길들이 없었다면 그들은 아예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시들어 버렸을 것입니다. 특히 어려운 형편의 새댁 애순을 챙기는 노부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때로는 화를 내면서도 마음은 따뜻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애순이가 저녁에 쌀독이 빈 것을 보고 절망 속에 잠이 듭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이면 꼭 먹을 만큼 쌀이 차 있습니다. 아는 척하거나 도와주는 것조차도 부담스러울까 봐 주인 할머니가 조심스레 밤마다 쌀독에 조금씩 가져다 놓은 것입니다. 고마워하는 애순에게 할머니는 말하죠. “사름 혼자 못 산다이. 고찌 글라, 고찌 가. 고찌 글민 백 리 길도 십 리 된다.” ‘사람 혼자 못산다. 같이 가라, 같이 가. 같이 가면 백 리 길도 십 리 된다.’ 가슴 깊이 와닿는 말이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하게 뭘까요? ‘고찌 글라’ 정신입니다. 함께 가려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그 역할을 대한민국 교회가, 대한민국의 크리스천이 해 내야 합니다. 크리스천만이라도 상대방을 품기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예수의 이름을 앞세워 증오하고 혐오하는 행동은 절대, 절대 막아야 합니다. 선지자적 사명이네 어쩌네 하면서 갈라치기를 선동하는 인간들은 크리스천일 수 없습니다. 앞으로 새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는 60일 동안 나라와 민족을 품고 눈물 흘리며 기도하는 참 크리스천이 이 땅에 가득 차야 합니다. 모세와 아론을 대적하며 반란을 일으킨 사람들 때문에, 그들에게 동조하며 분노하는 백성들 때문에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사람들이 죽어갈 때, 제사장 아론이 거룩한 불을 담은 향로를 들고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에 섰을 때 염병이 그쳤습니다.(민 16:48) 바로 그러한 제사장적 삶을 크리스천이 살아가야 합니다. 대한민국을 향해 ‘고찌 글라’고 외치는 광야의 소리여야 합니다. ‘고찌 글라! 느영 고찌 글민, 지꺼짐이 열배여!(같이 가자! 너랑 같이 가면, 기쁨도 열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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