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고 보니 당신 말도』
- 운영자 2025.10.18 조회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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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한경직 목사님이 살아 계실 때의 일이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대충 이런 겁니다. <교회에 조금 복잡한 일이 생겼는데, 한 성도가 와서 ‘목사님 그 일은 이게 맞는 겁니다’라고 하자 목사님은 당신 말이 일리가 있다고 했다. 다음 성도가 와서 ‘아닙니다. 목사님 그 사람이 잘못 알고 있는 겁니다. 그 일은 제 생각이 맞는 겁니다’고 하자 목사님은 그 말도 일리가 있다고 했다. 그걸 본 세 번째 사람이 ‘목사님 이 사람 말도 일리가 있다, 저 사람 말도 일리가 있다가 뭡니까. 정확하게 한 쪽 편을 들어야지 둘 다 일리가 있다고 하면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겁니까?’고 얼굴을 붉히자 ‘그러고 보니 당신 말도 일리가 있다’고 했다> 확인된 건 아니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하십시오.
요즘 자영업자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힘든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싸움 구경 때문이랍니다. 구경 중에서도 가장 재밌는 구경은 역시 싸움 구경이죠. 도대체 누가 싸우길래 자영업자들이 힘들어할 정도인지 궁금하실 겁니다. 바로 국회의원들의 싸움입니다. 요즘 국정 감사니, 무슨 위원회, 청문회 등으로 국회의원들이 매우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이기만 하면 싸우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국회의원들끼리 싸우다가, 국회의원하고 증인이 또 싸웁니다. 게다가 싸우는 게 꼭 철없는 애들처럼 매우 저렴하게 싸워댑니다. 소리 지르고, 욕하고, 반말하고, 우르르 몰려서 부딪히고, 자기편끼리는 희희낙락하고,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던질 뿐 답변에는 관심도 없고, 성심성의껏 답변하려고 하면 오히려 듣고 싶지 않다고 끊어 버리고, 전혀 근거 없어도 우리 편이 좋아하는 이야기라면 일단 질러버리고, 그러면서도 툭하면 지들이 국민의 대표라고 으스대니 그런 꼴불견이 없다는 겁니다. 그걸 보고 있자면 일단 싸움 구경이라서 재밌지, ‘웃으면 복이 와요’나 ‘개그 콘서트’처럼 각본에 따라 연습해서 웃기는 게 아니라 훨씬 즉흥적이고, 현실적이지, 그리고 누가 이기는지 궁금하지. 그래서 그 재밌는 싸움 보느라 마트나 시장 가는 것도 잊어버리고, 노래방도 재미없어지고, 사우나 가는 것도 망각하고, 식당에 밥 먹으러 가는 것도 깜빡하고, 친구 만나는 것도 취소하는 바람에 자영업자들이 힘들어한다는 겁니다.
대립과 공격, 비판은 관계를 일순간 마비시키는 독과 같습니다. 누군가를 향한 비난은 그 사람을 변화시키기보다 오히려 관계의 문을 닫게 만듭니다. 그런 사람은 상대방의 잘못을 증명하고 자신의 우월함을 주장하는 데 집중하면서, 정작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나 공유해야 할 가치를 발견할 기회는 사라지고 맙니다. 이처럼 끊임없는 충돌 속에서 우리는 상처받고 지쳐가며, 결국 혼자만의 섬에 갇히게 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대립의 언어는 고립을 낳고 성장을 멈추게 한다는 말입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우리에게는 여전히 비폭력적 공존(nonviolent coexistence)이냐, 아니면 폭력적 공멸(violent co-annihilation)이냐”를 선택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제 그 저렴한 싸움 좀 그만하고 ‘그러고 보니 당신 말도 일리가 있다’며 조금만 더 여유를 품고 함께 사는 길로 가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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