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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 목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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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운영자 2025.12.6 조회 67

   지난 수요일 저녁 예배 때의 일입니다. 에벤에셀 찬양대 지휘를 얼마나 열심히 했던지 그만 제가 설교해야 한다는 걸 깜빡했습니다. 지휘를 마치고 설교단으로 가야 하는데 뒷자리로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아차 했죠. 오늘 내가 설교로구나 하고요. 그 깨달음 바로 전에는 조윤호 목사가 설교인데 왜 저리 뒷자리에 태평하게 앉아 있는 거지? 라는 착각도 했고요. 지금까지 목회하면서 설교 차례라는 걸 잊어버린 건 처음입니다. 목사가 잊을 게 따로 있지 어떻게 설교 차례를 잊을 수 있는거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순간 잊었습니다. 하하하!!! 웃기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은퇴가 필요한 건가 봅니다.

 

   인생은 중단의 연속입니다. 갓난아이로 마냥 살 수 없고 다음 단계의 삶을 위해 갓난아이로의 삶을 중단해야 합니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다가 졸업하면 학생의 삶을 중단합니다. 물론 대학이나 대학원에 진학해도 반드시 그 공부를 마치고 중단해야 하는 순간을 만납니다. 직장을 다니다가도 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중단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사업도 언젠가는 그 사업에서 손을 떼야만 하는 순간을 마주합니다. 인생의 고개 고개마다 마무리해야 하는 즉 중단의 시간이 늘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중단은 죽음입니다. 회사 다니는 사람은 대개 평사원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팀장, 과장, 부장, 국장, 본부장, 사장 순으로 올라가다가 마지막은 매장으로 끝이 납니다. 죽음으로 이 땅에서의 삶을 중단하고 나면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집니다. 관계의 중단이죠.

 

   저는 미국에서 교회를 개척하면서부터 목회서신을 썼습니다. 중간중간 책에서 길을 찾다는 타이틀로 목회서신을 대신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 10, 한국에서 23년 총 33년입니다. 물론 목회서신을 쓰지 않은 주일도 있습니다. 그래도 대충 1년에 40번을 쓴 것으로 계산해 보니 33x40=1,320번이 됩니다. 하하하!!!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그토록 많이 썼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꾸역꾸역 써 왔습니다. 그런데 그 목회서신을 2025년을 끝으로 중단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3번 더 남았습니다. 목회서신뿐 아니라, 주일 설교도 머잖아 중단할 겁니다. 에바다 교회의 담임목사라는 타이틀이 중단될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슬프냐고요? 섭섭하냐고요? 아쉽냐고요? 속상하지 않냐고요?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시원하기는 할 것 같습니다. ‘시원 섭섭이군!’이라 생각하실 겁니다. 시원 섭섭이 아니고 시원 죄송입니다. 부족한 설교, 부족한 목회서신, 부족한 인격, 부족한 인간관계에도 불구하고 담임목사 위치에 이토록 오래 머물러 있었으니 너무 죄송스러울 뿐입니다. 그래서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어서, 많이 부족한 목회자의 삶을 중단할 수 있어서 시원합니다. 하지만 하나의 중단은 또 하나의 시작입니다. 담임목사는 중단하지만, 그 어떤 새로운 시작이 기다릴지 몰라 기대도 됩니다. 그래서 하하하 웃으며 잘 마무리해 보려고 합니다. 성도님들 감사합니다. 성탄의 기쁨이 넘치는 12월이 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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